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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조회수 1524 작성일 2019-12-02 오후 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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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의 독립과 사법행정상 직무감독간의 긴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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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의 독립과 사법행정상 직무감독간의 긴장관계

김 용 섭

회지편집위원,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는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의 시금석이다. 우리 헌법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법권의 개념 속에는 사법재판권 뿐만 아니라 사법행정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는 우리 헌법체제에서는 법원의 사법권 개념속에 헌법재판소의 재판권과 행정권이 포함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법관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다른 국가기관으로 부터의 독립이나 사회적 압력단체로 부터의 독립이 문제되었다. 사법행정권의 남용의혹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법권의 독립과 사법행정상의 직무감독간의 합리적 관계설정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법행정권은 재판을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봉사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헌법기관인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수탁 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헌법상 재판청구권이 보장되므로 사법행정권에 기하여 불충실한 직무를 하는 법관에 대한 직무감독은 불가피하고, 이는 국가적 사법보장의무를 충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다.

최근에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와 관련한 조응천 의원 대표발의 법원조직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제안이유와 법원조직법 제44조 제3항 신설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와 관련하여 파견근무 및 겸임 등을 규율하고 있는데, 비위행위에 연루된 법관의 인사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건으로 기소되었음에도 재판업무 등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 이러한 직무수행은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위 개정 법률안에서는 대법원장으로 하여금 법관이 직무와 관련된 형사 사건으로 기소(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되어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다른 법원이나 연수·연구 등을 담당하는 대법원 소속의 사법연수원 등으로 전보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둠으로써 재판의 공정성 및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법관의 직무와 관련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올바른 재판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법관에 대한 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규정의 신설이 우리 헌법 제105조 제1항에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법관의 신분보장규정에 반할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이 수행하는 판결이나 이와 관련된 직무영역에 있어 개별적인 간섭이나 지시로부터 보호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일 뿐, 위와 같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의 행사는 오히려 공정한 재판을 받고자 하는 국민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헌법이나 법원조직법에서 법관의 신분보장 등 법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직무관련 비위행위에 연루되어 형사기소된 법관에 대한 전보명령의 발령에 대하여는 징계처분과 다른 처분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 헌법 조항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이와 같은 제도신설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는 사법행정상 직무감독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법원조직법에 마련하는 것이다. 사법행정상 직무감독을 통하여 법관의 독립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지만, 법관의 독립이 법관의 독선, 막말, 이념편향, 잘못된 업무처리, 부당한 판결지연 등을 보장해주는 신분상 특권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독일법관법 제26조상의 직무감독(Dienstaufsicht)과 같은 명문의 규정을 두어, 사법행정상의 직무감독상 조치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경우 해당 법관은 법관직무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권리구제장치를 마련하여 법관의 독립과 사법행정상 직무감독간의 긴장관계를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업무를 적정한 시간에 최선을 다하여 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 법관은 자신의 신념을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법관은 이성의 법칙에 따라 이념적 편향을 극복하면서 중립적 입장에서 법이 무엇인지 이를 선언하고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법원내 특정 학회출신 법관의 중용은 편파성이 있는 인사로서 과거 해체된 바 있는 군대내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관은 강단에서 강의하고 논문을 통해 자신의 학설을 주장하며 자유롭게 학회에 가입하여 학회활동을 하는 교수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권 일각에서 사법농단의 핵심 원인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사법행정권과 판사의 관료화, 판사 서열화를 강화하는 인사구조 등 관료적 사법행정구조에 있다고 보고, 법관 관료화를 해소하는 제도적 개혁을 위해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총괄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대법원장에게 독점된 사법행정권을 분산시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였으나 대법원의 의견과 달라 답보상태에 있다. 위 법률안은 단순히 심의·의결 권한만이 아니라 현행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에게 부여되어 있는 집행권한까지 사법행정위원회에 이관하며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위원회의 의장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도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일부 권한 사항을 대법원장에 남겨두고 나머지 사항을 총괄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에서 관장하되, 그 위원을 법관 위원과 비법관 민간위원 중 민간위원의 다수로 구성하며 대법원장이 위원장이 되는 기구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행정회위원회라는 의결 및 집행적 성격을 띠는 총괄기구를 두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대법원장과 대법관회의의 의사결정체계를 변경하는 것으로 법원조직법의 개정만으로는 곤란하고 헌법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이라는 명분하에 법원조직법 통과 이전 단계에서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2019. 9. 9. 출범시켰다. 이는 2019. 8. 19.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대법원규칙 제2857호)의 제정·공포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장 상설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의 법적 문제점에 대하여는 금년 8월에 발간된 인권과정의 제483호 시론에서 필자가 이미 밝힌 바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법원조직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분산하는 것이 올바른 개혁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민간인 위원을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등 비교적 중도적 인사로 충원하여 특별한 우려가 없지만, 앞으로 법률개정을 한 후에 이념 편향의 비법관인 민간인이 다수 참여하여 심의·의결할 경우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하에 사법이 정치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사법행정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대법원장의 실질적 권한 분산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장의 책임분산으로 이어져 오히려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법원조직법 개정 이전이라도 대법원장의 권한을 고등법원장 등 각급법원장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원조직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사무의 지휘·감독권한의 일부를 법원행정처장이나 각급법원장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법의 정치화로 인한 사법농단이 문제라면 사법의 비정치화의 길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사법의 민주화라는 구실로 사법의 정치화가 재연될 위험성이 있다. 사법부가 올바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여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여 국민으로부터 수탁받은 제3의 중립적 권력기관으로 분쟁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위법한 공행정을 통제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법관의 독립은 재판과정에 지시와 간섭의 배제를 통한 재판의 공정성 확보장치이고, 법관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