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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수팀 조회수 1452 작성일 2019-11-01 오전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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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와 민주주의 / 윤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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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윤 영 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회주의=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북한식 사회주의’로 이해하는 시각이 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 또한 그러하거나 대중들에게 그러한 인식을 확산?강화시키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법치주의 등의 용어는 다양한 의미와 뉘앙스로 사용되므로 그것만으로는 누군가의 사상이나 정치성향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가령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우리 헌법의 민주주의나 공화국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정당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정책지향을 가진 정당이 사회주의 정당으로 분류되거나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사회주의가 여러 분파로 나누어지고 수정되거나 발전한 면도 있다. 가령 서유럽이나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사회주의 정당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는 북한식 사회주의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사회주의 정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정당들이 설립되었으며 일부는 강제해산 되었다. 정당해산제도가 생기기 전인 1958년에 해체된 진보당의 정책지향에 대해 2011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경제정책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는 것이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정치형태도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님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당시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조봉암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4년의 결정에서, 오늘날 정당은 자유민주주의에서부터 공산주의까지 그 이념적 지향점이 매우 다양한데, 특정 이념의 표방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위헌적인 정당으로 볼 수는 없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라야 해산요건이 구비된다고 하였다(통합진보당 해산사건). 1960년 헌법에서 정당해산조항을 도입할 당시 정헌주 헌법개정안기초위원장도 “좌파사회주의다 사회주의다 무슨 사회주의다 하는 이러한 주의만을 들어가지고서는 본위원회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였다(국회 본회의 회의록).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헌법 제8조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은,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라고 하였으며,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의 실제 목적이나 활동을 살펴본 결과 폭력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구축하려 하므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우리 헌법은 독일 기본법과는 달리 ‘사회적 법치국가’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는 사회국가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본다(복지국가원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를 가리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하는데, 이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의 규제?조정을 용인하는 경제질서라고 설명한다. 사회국가원리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개인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각종 사회보험제도에서의 의무부과, 대형마트의 영업에 대한 규제 등 사회정책?경제정책에 관한 입법에서의 자유제한을 다툰 여러 사건들에서 합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해석상 위와 같은 정책들에 대해서 입법부가 비교적 넓은 재량공간을 가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판례도 비판대상이 될 수 있고 합헌이라는 것이 곧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의미도 아니므로 공론의 장에서는 합헌 여부를 떠나 자유롭게 선호를 표출하고, 정책의 타당성을 두고 논쟁을 벌일 수 있다. 다만 서로의 필요나 선호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구체적 대상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의견교환을 한다면,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핵심은 절차와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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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4 호 | 발행일 2019년 09월 01일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2019.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