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중상해 및 사망 사고에 대하여 민사상 배상이 이루어질 경우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형사 특례 도입과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설치, 그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심의·의결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대규)는 필수의료 체계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법률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고 기존 사법체계와의 정합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을 제언한다.
첫째,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중상해 및 사망 사고에 대한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처벌 특례 규정은 국민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의료인이 책임보험 등에 가입하고 설명의무를 이행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이나 중상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제기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권과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헌 결정(2005헌마764 등)을 통해, 가해차량의 종합보험 가입 여부만으로 중상해 사고에 대한 공소제기 자체를 불허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특정 보건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한약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에 한정하여 형사 특례를 부여하고, 특히 사망 사고까지 그 범주에 포함하는 것은 형평성이 문제될 수 있으며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할 소지도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비추어 숙고가 필요하다.
둘째,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수사 절차 개입은 사법 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있으며,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절차 중단에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절차에서 의료의 전문적인 판단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자칫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고유한 권한을 제약하여 사법 기능이 침해될 수 있고, 이는 초동 수사를 늦추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어렵게 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공정성 담보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
셋째,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폐지는 피해구제라는 의료분쟁조정법 본연의 목적과 일부 상충된다.
필수의료체계의 진료 환경 개선과 사고 피해자의 실질적 권리 구제라는 두 가치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신속한 보상을 보장하는 대불제도의 폐지가 의료인의 부담 경감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법 활동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중요한 가치인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회가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보다 신중하고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줄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본 개정안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이 합리적으로 검토되고 성숙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2026. 3. 27.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대 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