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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1405 작성일 2022-05-02 오후 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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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분권’의 의미를 새겨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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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분권의 의미를 새겨 볼 때

김 남 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헌법은 민주국가, 법치국가, 사회국가를 우리나라의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법에 따라 운영되며,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추구하는 국가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참혹하고 힘든 과거를 딛고 일어섰고, 1990대말 IMF 구제금융시기도 단기간내 극복해낸 민족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우수한 재능과 타고난 근면성, 위기극복을 위한 초인적 단합력을 가지고,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이 훌쩍 넘고, 국가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0위 정도가 되는 경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참으로 놀랍고도 대단하고 대견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제적인 성과에 비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적·사회적 법치국가인가 하는 점에서는 여전히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문제는 단지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경제적인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처럼 국가경제를 단 순간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권력도 집중되고, 우리 사회도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초집중적 국가구조에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짧은 기간동안 대단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면서, 이와 동시에 민주적으로도 법치적으로도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지나친 경쟁주의와 형식적 성과주의의 팽배, 사회적 서열주의와 부의 양극화의 심화, 혼인 및 출산율 저하, 지방소멸 등의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 국민들의 의식은 국가권력의 집중, 수도권집중의 견고화 또는 가속화라는 상과도 필연적인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아닌, ‘보다 민주화·법치화·분권화된 시스템으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치와 관련하여, ‘의 으뜸은 법률인데, 국회는 불필요한 법률까지도 쏟아내고 있고, 그러면서도 의 중심은 -‘법률이 아닌- 행정입법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국회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법률을, 법률답게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국회의 체질개선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과도한 행정입법 현상은 행정권으로의 권력집중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체질개선에는 행정입법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법치의 확립과 더불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적절한 지방분권이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지방분권국가인 것 같지만, 실제로 국가권력의 대부분은 국가가 가지고 있고, 우리 사회도 수도권으로만 집중되어 있는 초집중국가이다. 국가와 수도권만 비대한 나라구조에서는 미래대응적인 국가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비수도권지역에 건물 몇 채 지어주는 것만으로는 분권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국가의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의 분권, 국가 주요기능의 적절한 분산,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지방정당제 도입을 통한 민주주의의 강화 등 각 지역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함으로써 골고루 잘 사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학연·지연·혈연이 아닌, 오로지 개인의 능력을 통한 인격발현을 도모하는 제도, 누구든지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하면 삶의 기본적인 수준이 보장되는 사회적 제도를 도입하면 혼인 및 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풀리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점차 해소되고, ‘대화와 타협의 수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 독일의 한 교수가 독일 사회의 특징을, 출신대학이 아닌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고, 각 직업별 직업교육제도가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으며, 결국 어느 직업을 선택해도 생활수준에 아주 큰 차이는 없게 하는 것으로 요약해서 말해 준 적이 있다. 물론 독일도 사람이 사는 사회이고 글로벌 경제정책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과 유사한- ‘전국적으로 분권화된’, ‘사회적 법치국가시스템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서열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하는, 권력과 사회가 집중된 국가 시스템을 선택할 것인가는 최종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몫이다.

얼마 전 끝난 지난 대선은 유난히도 국민들의 생각이 반으로 나뉘어 혼란스러웠다는 것이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요란한 대선정국의 주요 공약을 보면 대부분이 민생과 경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대선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도 민생과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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