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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13176 작성일 2023-05-03 오후 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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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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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조 경 임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야 원내대표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조항이 신설된 민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이다(민법 제98조의2). 민법은 그동안 사람이 아닌 모든 유체물(有體物)―공간의 일부를 차지하고 사람의 감각에 의하여 지각할 수 있는 ‘형체’를 가진 것―을 물건으로 분류하였고, 동물은 당연히 물건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개정에 대하여, 당연한 사실이 민법에 반영되었다거나, 우리 사회 전반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것이라거나,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기대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국민의 94% 이상이 동물과 물건을 구별하는 내용의 개정에 동의한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필자는 고양이 집사이다. 우리 집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고 온순하다. 외모는 매력적이다. 디고(그의 이름이다)는 생후 40일, 우리집에 온 그 순간부터 기품이 넘쳤다. 용변 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고 끊임없이 털을 고르며 단장을 했다. 수치심과 멋을 아는 고양이라니.. 밥을 주면 매번 감사를 표현한다. 예의가 바르지만 꼿꼿하다. 필자는 이러한 디고의 고유한 성격과 취향을 존중한다. 그의 가치를 값으로 매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펫샵에서 품종이나 외모 등을 기준으로 고양이의 등급을 나누고 가격을 매겨놓은 모습에 불편함을 느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조문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물건이라는 표현이 생명체 아닌 것을 가리키는 용어, 즉 생명체에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된다. 따라서 시민들이 동물이 민법상 물건이라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법무부가? 법조인 출신의 원내대표도?.... 기사를 접한 필자의 첫 느낌이었다.

이유는 민법에서 ‘물건’이 갖는 의미 때문이었다. 민법은 물건에 생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민법에서는 유체물 및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물건’이라고 하므로 유체물인 동물은 별다른 이견 없이 ‘물건’으로 여겨졌다. 민법의 세상에서 ‘물건’에 대비되는 개념은 ‘인’(人, 사람과 법인)이다. ‘인’(人)만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반면 ‘물건’은 권리의 객체로서 사용·수익·처분의 대상이 된다. 민법의 세계에서,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동물이 권리의 객체가 아니라거나, 인(人)과 마찬가지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등의 법 효과가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논의나 고민 없이, 동물의 물건성을 부정하면서 그 이유가 동물의 삶의 질 개선, 동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고 하니, 인(人)과 물건, 권리의 주체와 객체를 논의하는 지형에 생명 존중, 돌봄 등 결이 다른 가치가 등장함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외국은 어떤 상황일까.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은 민법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의 예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1990년 독일 민법(BGB)에 §90a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은 듯하다. 대체로는, 상징적인 규정일 뿐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이다.1)

하지만 그런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규정 신설 후 30년 이상 지난 현재 독일에서 동물은 여전히 소유권 등 물권의 객체이며, 재산분할의 대상이다. 형법상 재물손괴죄, 절도죄의 객체이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과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규정의 신설을 통해 동물이 고통에 민감한 생물이라는 점에 관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관련 논의가 활발해진 점이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혼시 누가 반려동물을 키우도록 할지 결정함에 있어서 동물의 심리적인 면, 다른 동물들과의 공존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으며, 동물에 대한 강제집행 시에는 집행법원과 집행관의 각별한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 신설 당시, 민법에 동물을 다치게 한 손해를 배상할 때에 그 치료 비용이 동물의 가액보다 훨씬 높더라도 동물의 가액을 배상하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는 없도록 하는 규정[BGB §251 (2)], 물건의 소유자는 물건을 임의대로 처리할 수 있고 타인의 어떠한 간섭도 배제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지만, 동물의 소유자는 그 권능의 행사에 있어서 동물의 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BGB §903) 등이 함께 마련되었다. 민사소송법에도 동물과 관련하여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 집행법원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ZPO §765a), 상업적인 목적 없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압류할 수 없으나, 고가의 동물로서 동물의 복지와 채무자의 법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이를 압류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는 때에는 압류를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ZPO §811)이 제정되어 운용되고 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민을 시작하고 경험을 축적해 온 외국의 예들이 있어 반갑다. 다행히 대단한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분위기는 아닌 모양이니, 우리도 크게 걱정할 것 없겠다. 다만 우리 또한 관련 규정들을 함께 마련하여 동물의 지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애쓸 필요가 있다.

민법은 재산과 가족에 관한 법이다. 사회생활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한다. 시민들의 생활 중심에 동물이 있고. 이 동물이 때로는 재산, 때로는 가족인 만큼, 어쩌면 제 자리를 잘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인상은 난입(亂入)이었지만 일단은 판단을 유보하려 한다. 잘 되리라는 기대를 품는다.

민법이 생명과 돌봄의 가치를 품게 되니 낯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하고 정겹다. 어렵고 딱딱하던 민법이 말 그대로 시민 생활의 기본법이 되려나 보다.

 

1) beck-online kommentare (https://beck—online-beck-de.libra.cnu.ac.kr/Home), BGB §90a 부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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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3 호 | 발행일 2023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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