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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2300 작성일 2025-09-01 오후 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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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상 충실의무 개정의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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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상 충실의무 개정의 의미와 과제*

김 유 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실무계와 학계 등의 다양한 논의를 거쳐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이 시행되었다[상법부칙(2025. 7. 22.) 제1조]. 이사의 충실의무의 해석론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상법 제382조의3 개정으로 상장회사는 물적분할(후 자회사 상장), 제3자 유상증자, 교환사채 등 발행을 할 수 없는 것인지, 대주주 등이 주식을 매도하려는 경우 잠재적 매수인에 대한 실사협조를 해도 되는 것인지, 과거 판례상 적법성이 인정된 적대적 M&A와 관련된 ‘경영권 방어’가 허용되는 것인지, 신사업추진, M&A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다 실패하여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인지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이사는 배임죄로 형사처벌되는 것인지,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상법 제401조나 민법 제750조를 소송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주주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행위에 대하여 상법 제402조의 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되고 있다. 상법 전문가들이 주식회사 이사들의 위와 같은 질문에 답변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어떠한 경우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개정 상법 아래에서 법원이 법논리에 근거한 경직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행위는 되고, 특정 행위는 되지 않는다는 접근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이사의 결정으로 일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 회사 내지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이라는 논리로 그 이익침해가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으므로, 이사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그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였는지를 개별적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검증하여야 한다. 결국 매 사건마다 법정에서 대단히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의 위임관계에 기초한 전통적인 이사의 주의의무 내지 선관주의의무는 이사의 사익추구행위로부터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진과 주주 사이의 대리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는 제1항의 회사를 위한 충실의무가 이러한 민법상 수임인인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는 입법자가 의도적으로 ‘총주주’나 ‘전체주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초단기 투자를 수행하는 특정 주주의 충실의무 위반 주장으로 인해 기업의 장기 성장이 저해되는 상황을 입법자의 의사로 볼 수 없다. 충실의무의 대상이 개별 주주로 확장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고 제1항의 충실의무도 어디까지나 총주주 내지 전체주주에 대한 것임은 명백하다고 생각된다. 제2항의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는 과거 계열회사 합병 사례에서 합병비율이 특정회사에 불리한 것이 아니었는지에 관한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입법자는 합병비율의 불공정함이 합병시너지로 상쇄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이사는 일반주주에게 불리하고, 대주주에게 유리한 결정, 주주간 부의 이전이 발생하는 결정 등 일반주주의 합리적인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담한다. 회사의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그 자회사를 상장한 사례에서 발생한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배임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법원은 최근 흡수합병에서 소멸회사의 이사가 소멸회사 주주에 대한 타인사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5도2805 판결(위와 같은 판단의 원심을 수긍함), 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등]. 대법원은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신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두루 살피고 있으므로, 이사가 주주에 대한 타인사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법리상 불가능한 주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이 ‘타인의 사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그 범위를 축소해오고 있는 점(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의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범자인 이사의 예측가능성 등을 배려할 필요가 있는 점, 상법 개정의 입법자의 의사를 배임죄 확대 취지로 이해하기 곤란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배임죄 객관적 구성요건 판단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1인주주인 회사의 배임죄(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525 판결), LBO 배임죄(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6도10654 판결)법리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개별 주주는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나,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개별 주주의 시가 차액 상당의 손해는 간접손해에 해당하고, 부실공시에 대하여 주주의 직접손해를 인정한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7743 판결 등과는 논리적 평면을 달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설령, 직접손해라고 인정하더라도 상법 제401조의 중과실 요건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8다259756 판결 등 참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상법 제402조의 위법행위유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위 유지청구권의 보전을 위하여 그 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 역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나, 회사와 총주주 내지 전체주주를 달리 볼 수 없는 점, 충실의무 법개정의 입법취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의 경우에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규정의 유추적용을 인정한 사례가 있는 점(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다201054 판결), 과거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 판결 중에도 일반 주주의 이익을 아울러 고려한 다수의 판결례가 집적되어 있는 점(대표적으로 서울고등법원 2019. 9. 26. 선고 2016나2063874 판결 등)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주주가 상법 제402조를 직접적용 내지 유추적용하여 가처분 내지 본안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사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자본거래 등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법리가 합리적인 법리로 보다 체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 기업들도 상법 전문가를 이사로 충원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듣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이 글은 정민교/김유성,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연구 - 미국의 논의를 중심으로 -” ?경제법연구? 제24권 제1호, 2025.의 논의를 기초로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25. 7. 29. 현안세미나, ?이사 충실의무 도입에 따른 실무상 쟁점?에서 논의된 내용을 추가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고견을 주신 송옥렬, 천경훈, 노혁준, 정준혁 교수님, 김주영, 김지평, 천준범 변호사님의 학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