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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조회수 1613 작성일 2019-06-03 오전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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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동법의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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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동법의 개정

박 수 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는 국제노동기구(이하, ILO)의 창립 100주년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많은 인명 피해(약 1,000만 명 사망, 2,000만 명 부상)를 기록하며 1918년 끝났고, 그 후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은 국제기구로 국제연맹과 ILO를 탄생시킨다. 특히, ILO는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사회정의를 확립하고 나아가 세계평화에 공헌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이로 인해서 서구 국가들은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단결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ILO는 네 가지 분야의 8개 협약을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기본협약 제87호(전체 ILO 회원국 178개국 중 155개국 비준) 및 제98호(165개국 비준), 강제노동금지와 관련한 기본협약 제29호(178개국 비준) 및 제105호(175개국 비준)는 지금까지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OECD 36개국 중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ILO 기본협약을 비준해야 할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ILO 기본협약의 비준은 모든 시민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이고 사회정의 실현의 기초이므로, 이에 부합하도록 관련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고 96년부터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4개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ILO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대외무역의 관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 6위(2017년 기준)에 이르며,

수출입을 통한 무역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하여 발전하여 왔다. ILO 기본협약은 우리나라가 체결한 15개의 자유무역협정(FTA) 중 7개 FTA에서 노동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한-EU FTA(2011년 7월 발효)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계속 우리나라를 지목하고 있는데, 2019년 5월 말 유럽의회선거가 끝나면 우리나라에 대한 패널소집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EU FTA 위반시에 경제적 제재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대외무역이 중요한 우리나라가 노동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는 없다.

전문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ILO 기본협약 비준을 계속 주장하여 왔고, 문재인 정부는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그 중심에는 ILO 기본협약의 비준이 있다. ILO 기본협약을 포함한 국제법규의 가치와 이를 실현하는 국내법의 상황에 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으나, 이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입장을 달리하는 노동정책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관행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경사노위는 2018년 7월 노동법전문가,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고용노동부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위원회)를 발족하여, ILO 기본협약의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의 개정과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노동관행을 개선하려고 활동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단결권을 저해하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특수형태고용종사자와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보장,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과 노조설립신고제도,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에 가입대상의 기준 등이 있다. 경영계는 협약비준과 노동관계법의 개정에 대해 소극적이면서도 노동현장에서 국제노동기준에 배치되는 사업장 점거파업 등 노동관행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원회는 노사 대표에게 수차례 권고와 조정을 하였으나, 합의는 실패하고 입법에 필요한 공익위원안을 만들어 국회에 넘겼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의 개정에는 법적 정당성과 현실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는 국민들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점거파업 등에 관한 잘못된 관행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이 이해되지만, 노동계가 이에 반대한다. 그래서 정부도 협약비준과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2019년 5월을 기준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국회에서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노동관계법의 개정이 언제 성사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번에 협약비준과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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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1 호 | 발행일 2019년 05월 01일
과세처분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김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