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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조회수 1427 작성일 2019-08-01 오후 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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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상설자문기구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의 타당성 / 김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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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상설자문기구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의 타당성

김 용 섭

편집위원,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규칙을 제정하여 사법행정에 관한 상설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를 대법원에 설치하고 금년 9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대법원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신설되는 사법행정자문회의의 위원은 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0인으로 구성하게 된다. 입법예고중인 사법행정자문위원회 규칙안에 의하면 전국법원장 회의가 추천한 법관 2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3인, 학식과 덕망이 있는 비법관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에 안건의 연구·검토를 위한 여러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중 판사의 보직에 관하여 연구·검토하는 법관 5명으로 구성하는 법관인사분과위원회의 설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추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와 같은 대규모의 조직을 대법원장의 자문기구의 형태로 설치하기 보다 법원조직법의 개정을 통하여 심의·의결기구로 설치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장의 상설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의 타당성에 관하여 비판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로, 대법원규칙을 제정하여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 자문기구는 구속력이 없는 의사결정을 하는 위원회로서 운영상에 한계가 있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사법행정시스템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거대 기구를 대법원규칙에 근거를 두어 설치하려고 하는 것은 법원조직법 제25조의 규정에 근거를 두고 설치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와 비교할 때 법체계가 맞지 않는다. 또한 사법행정권은 대법원장만이 수행하는 것은 아니고 각급 법원장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법원조직법 제9조의 2에서 “고등법원·특허법원·지방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 및 희생법원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지원에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판사회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각급 법원장의 경우에는 판사회의가 사법행정의 자문기관이라는 점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데,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에 관한 상설 자문기관인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비법관인 민간인 위원을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므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한 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자문기구에 대법원장이 위원장이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자문기구의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거나 지명하는 것이 통례이다. 대법원장이 위원회에 참석하여 회의를 진행할 경우 그 결정에 스스로 제약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셋째로,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에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등 각종 분과위원회를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종 분과위원회에서 연구·검토할 사항은 법원행정처의 담당 조직에서 맡아서 처리하면 된다. 아울러 법관의 인사를 공정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법관인사와 관련하여 법원조직법 제25조의 2에서 법관인사위원회를 두도록 되어 있고, 법관인사위원회규칙이 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에 법관인사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판사의 보직에 관하여 연구·검토하는 것은 법체계를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넷째로,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민간위원의 참여와 그 방식이 논란이 된다. 민간위원이 과반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시될 수 있으나, 이는 사법행정의 권한과 책임의 원리를 망각한 논리라고 할 것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민간위원 과반수의 참여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대법원장에 집중된 사법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각급법원장에 대폭 위임하여 처리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권한의 위임의 법리에 비추어 적절한 방안이라고 본다. 법원의 사법행정사무의 처리를 위해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회의체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는 이념 편향적 인사가 참여할 경우 사법의 정치화가 초래되어 사법권의 독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설치된다면, 사법부는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면서 양질의 재판 등 법원의 신뢰회복을 위한 제반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법원의 사법개혁과 관련하여, 법원행정처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의 설치가 최적의 대안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망된다. 법원이 제3의 중립적 권력으로 위치설정 하려면 사법행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권리구제시스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법행정권을 적정히 행사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체의 과제이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장은 국가적 사법보장의무를 충족하기 위하여 법관 등 사법공무원에 대한 직무상 감독을 철저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독일 법관법 제26조항에서 법관에 대한 사법행정상의 직무감독(Dienstaufsicht)을 위한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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