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닫기

대한변호사협회는 언제나 국민곁에 있습니다.

인권과 정의

월간으로 발행되는 인권과 정의는 협회의 공고 및
소식을 전하고, 법률관련 논문을 제공합니다.

선택글 상세보기
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1924 작성일 2026-02-02 오전 9:33:00
제목

비송사건절차법의 검토

첨부파일


비송사건절차법의 검토

전 병 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view of the Non-Contentious Case Procedure Act

Byung-Seo Chon

Professor, Law School, Chung Ang Univ.



학술대회 제3세션 발표는 전휴재 교수의 “비송사건에서의 직권탐지주의와 그 한계-관계인에 대한 법적 의견진술권 보장을 중심으로-”라는 신박한(참신하고 놀랍다는 신조어로 표준어는 아니라고 한다) 주제이다. 토론에는 민관식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박경균 한국자산관리공사 변호사가 참가하였다.


일반적으로 비송사건(freiwillige Gerichtsbarkeit)은1) 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민사사건 가운데(법원이 취급하는 사건을 민사사건, 형사사건, 행정사건의 3가지로 구분한다고 하면, 비송사건은 민사사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인 사이의 생활관계의 후견적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을 말하고, 당사자 사이에 권리주장, 즉 법적 분쟁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사건과 구별된다. 다시 말하면, 법원이 절차를 주재(主宰)하고 공권적 판단을 나타내는 민사사건 가운데 소송절차에 의하지 않는 사건(그 의미에서 ‘비송’이라고 한다)을 말한다.

비송사건의 특징의 하나로 변론주의(Verhandlungsgrundsatz)가 아니라, 직권탐지주의(Untersuchungsmaxime)가 채택된 점을 들 수 있다. 직권탐지주의는 사실의 확정에 필요한 자료의 탐색을 법원의 직책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사자 주도의 변론주의에 의하는 민사소송과 달리, 법원의 후견적 성격 등이 강한 비송절차는 법원 주도의 직권탐지주의가 작동한다.

우리 비송사건절차법 제11조는 “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의 탐지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증거의 조사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비송절차에서 직권탐지주의를 심리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송절차에서 재판자료의 수집에 대해서 그것을 법원의 권능 및 책임으로 하는 직권탐지주의가 채택된 것은 일반적으로 비송사건이 공익에 관계되어 절대적 진실의 발견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

관련하여, 독일에서 비송사건절차(Verfahren in den Angelegenheiten der freiwilligen Gerichtsbarkeit)는 ‘가사사건 및 비송사건절차에 관한 법률’(FamFG=Gesetz über das Verfahren in Familiensachen und in den Angelegenheiten der freiwilligen Gerichtsbarkeit. 2008. 12. 17. 공포)에서 규율하고 있는데, 위 법률에서 새롭게 규정한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는 관계인의 지위를 확충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위 법률은 여러 규정에서 관계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하고 있다(특히 동법 제37조 제2항의 법적 심문권의 보장). 직권탐지주의 원칙과 관련하여 법원은 직권으로 재판에 중요한 사실의 인정에 필요한 탐지를 하여야만 한다고 규정하여(동법 제26조), 직권탐지주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당사자의 역할과 관련하여, 관계인은 사실관계의 탐지 시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동법 제27조 제1항), 또한 관계인은 사실에 관한 사정의 설명을 완전하고도 진실에 적합한 형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조 제2항). 그리고 법원은 관계인의 법적 심문권의 보장이 필요하거나 이 법 또는 다른 법규에 규정된 경우에 관계인 본인을 직접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34조 제1항). 이러한 규정은 독일 헌법 제103조 제1항의 심문청구권은 비송사건절차에서도 보장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입장 및 이를 지지하는 학설에 따른 것이고, 또한 비송절차의 관계인에게도 사안해명을 위한 절차협력의무가 부과된다는 논의의 축적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위 제3세션 ‘비송사건에서의 직권탐지주의와 그 한계’라는 발표 및 토론을 계기로 아래와 같은 비송사건절차의 과제도 언급하고자 한다.

비송사건은 소송사건과 달리, 당사자 사이에 쟁송적 성질은 크지 않을지라도 법원이 당사자 내지 관계인에게 실체적 성질을 지닌 조치(die Rechtsgestaltung durch konstitutive Mitwirkung an Rechtsgeschäften)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비송사건의 분쟁성 강화, 당사자 등 관계인의 절차적 보장의 필요성의 증대 등으로 종래의 비송사건절차법 규정만으로 구체적 사정에 적합한 절차 진행이 곤란한 경우도 상당하므로 당사자 등 관계인이 절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송사건절차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사회의 발전 및 변화에 따라 비송사건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소송으로 처리하던 사건을 현대사회의 여러 수요에 적합하게 비송의 영역으로 이관하여, 소송방식(법률에 의한 일도양단식)이 아닌, 법원의 재량에 의한 탄력적 처리를 하고자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소송사건의 비송화’라고 한다. 소송사건에 내재하는 형식주의적 요소 또는 절차의 번잡성 등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반작용으로 통상의 소송방식이 일부 배제되면서, 소송사건에 비송사건이 가지는 특성이 도입되는 것인데, 이러한 비송화의 한계를 둘러싸고 ‘소송사건의 비송화’가 헌법 제27조 및 제109조가 보장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가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2)

또한 넓은 의미의 비송사건 관련하여 등기제도, 신탁제도, 가족관계등록제도, 가사비송제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비송사건절차법제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사회적 요청 등에 비추어 민사소송절차와 비송사건절차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3의 새로운 절차의 필요성도 생각할 수 있다. 기존의 틀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송과 비송의 특성을 융합하여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해결 수단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실무적·이론적으로 비송사건절차의 중요성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1) 비송사건은 프랑스어로는 juridiction non contentieuse라고 하는데, 이 프랑스 용어를 본따 일본에서 ‘비송’(非訟)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정동윤/유병현/김경욱, 「민사소송법(2025)」, 14면 각주 1) 부분.

2) 원래 당사자 사이에 이해대립이 있는 쟁송성이 있는 소송사건을 비송사건으로 처리한다면 헌법 제27조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반하는 것은 아닌가의 의문이 들게 된다. 특히 헌법 제109조가 보장하는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는 소송사건에 한하여 보장된다는 입장이 일반적이므로 이러한 헌법상 보장의 한계가 문제가 된다. 비송사건으로 처리한다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나 대심변론의 구조 등 당사자권을 무시하거나 판결절차에 의하지 아니할 수도 있어 헌법 위반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