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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보팀 | 조회수 | 1445 | 작성일 | 2019-03-04 오후 5:2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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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른바 ‘제도개선론’에 대하여 / 이선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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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도개선론’에 대하여 이 선 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변호사 판사와 변호사가 판례를 읽고 판결문이나 준비서면 또는 의견서를 쓰는 것이 주된 업무라면, 교수는 연구자로서 논문을 읽고 쓰는 일이 많다. 주어진 법률을 적용하는 판결에 비하여, 논문은 비교법적인 연구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필자가 주로 읽고 쓰는 경쟁법 논문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제도개선론으로 끝맺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경쟁법 커뮤니티의 최대 관심사는 독점규제법의 전면개정이다. 독점규제법은 가히 다양한 입법례의 잔치라고 할 만큼 이미 그 내용에 각국의 법제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에는 거기에 더하여 각종 논문에 제도개선론으로 주장된 바 있는 내용들이 추가되어 있다. 각 나라의 경쟁법은 그 사회·경제적 여건이라는 토양에서 특색에 맞게 각 나라에 뿌리내렸다. 미국의 경쟁법집행은 법무부에 의한 형벌의 집행과 연방거래위원회의 행정결정, 그리고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에 대한 법원의 민사적 구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카르텔은 전적으로 법무부의 형벌집행에 의하고, 기타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서는 독립규제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가 행정처분을 행하며, 국가의 공적 집행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사인(私人)에 의한 손해배상과 금지청구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 독점규제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금지청구는 미국법을 모델로 한 것이다. 한편, 유럽에서 카르텔이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의 집행은 주로 행정처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입찰에 관한 카르텔을 제외하고는 경쟁법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벌규정 자체를 두지 않은 경우가 많고, 국가가 아닌 탓에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유럽연합은 집행위원회가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을 부과한다. 우리 독점규제법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행정처분형 모델을 취하였다. 형벌규정도 두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에 의하여 현재 형벌의 집행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독점규제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의 폐지를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다. 위 개정안대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은 보유하기 때문 에, 형벌을 집행하는 검찰과 행정처분을 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간에 협조 등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가 문제로 대두된다. 미국의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관계를 참고로 할 수는 있지만, 유럽식의 행정처분형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독점규제법의 집행이 미국식의 법원주도형으로 하루아침에 이행(移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행정처분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및 심결절차에 대심적 요소를 도입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권리보장에 상응하는 권리를 피조사자 등에게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행정절차에서도 피조사자 등의 방어권 보장이나 절차적 투명성에 대한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권력의 주체로서 국민에 대한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행정의 특성상, 대등한 당사자를 전제로 한 대심적 요소나 형사피고인의 권리와 관련된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에 대하여 시정조치나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의 심결절차도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하여 벌금이나 징역 등의 형을 내리는 미국의 형사절차에서와 같은 정도의 방어권이나 절차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 이와 같이 우리 독점규제법에는 이미 연원을 달리 하는 각 국의 제도가 혼재하고 있는데, 이른바 제도개선에 따라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새로운 제도를 추가한다면 서로 다른 입법례로부터 유래하는 제도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경쟁법에만 특유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비록 최근에 우리 법제가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 수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성문법률에 있어서는 구미 각국에 비하여 후발국가인 탓에, 법학계의 연구는 선진국의 법제도를 소개하고 그로부터 법 해석이나 법 개정에 시사점을 얻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법을 운용함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여야 하고 그 개선에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참고하는 것인 당연하다. 우리 법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진 각국의 법제를 면밀하게 조사한 후 이를 참고로 한 제도개선론은 우리 사회에 득이 될 수 있다. 각자 장점을 가진 선진국의 법제도를 우리 법에 접목시켜 어느 나라에서도 구현하지 못하였던 시너지(synergy)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적어도 무언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그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복지부동(伏地不動)보다 나을 수는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소위 전문가의 설익은 또는 성급한 제도개선론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 스스로도 논문의 구색을 맞추기 위하여 큰 고민 없이 마지막에 제도개선론을 덧붙이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제도개선론은 현재의 문제점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제도가 바뀐다고 하여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의 운용대상인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는다. 제도개선론은 신중하여야 하며, 현재 상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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