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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팀 조회수 754 작성일 2020-04-29 오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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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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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에 즈음하여

전 병 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봄은 다가왔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 감염병이 되면서 올해 봄날은 그냥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에서 코믹하게 나온 말=‘Latte is horse’도 알아두어야 꼰대 어른으로 무시당하지 않는다)에도 봄날이 마냥 지나간 적이 있었다. 봄날에 사법시험 일정이 12차로 이어지고 긴장감에 내내 여유를 부릴 수 없었는데, 수험시절 몇 년간 그렇게 봄은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 지나갔다. ‘라떼무렵의 법조인 상당수도 시험준비로 그 무렵 그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아련한 사법시험은 60갑자(甲子)를 목전에 두고 제59회로 2017년 폐지되었다(2년간의 사법연수도 올해 초 마무리되었고, 군복무로 인하여 뒤늦게 입소한 1명이 현재 마지막 연수 중이다). 이를 대신한 변호사시험은 이미 올해 1월 초에 실시된 바 있으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밀집공간 피하기등의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비켜 가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요즈음 치러지는 다른 시험 등은 연기되기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증가세, 감소세에 촉각이 쏠리고 있는 것과 함께 424일 예정된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가 증가세를 보일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참고로 보면 작년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는 응시자 3,330명에 1,691명을 합격시켰다(합격률 50.78%). 한편,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제11조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하여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합격자의 명단은 공개되게 되었는데, 그 점에서도 선택받지 못하게 된 응시자에게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된다(알다시피 T. S. 앨리엇의 황무지라는 싯구절인데, 그 취지가 부정적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47일 법조계 불황, 변호사 과포화, 법조취업난 등의 이유로 적절 합격자 수를 1,0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였고, 반대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측은 49일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응시자 3,316명의 60% 수준인 1,990명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한 의견서도 이미 법무부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시험합격자를 결정하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대한변호사협회 측의 위원이 소수인 것(15인 위원 가운데 변호사 위원은 3) 등 여러 이유와 논거로부터 위 대한변호사협회 측의 입장은 소수의견으로 그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여 본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요구한 적정 변호사 수에 관한 연구용역결과의 정보공개를 법무부가 거부하였다고 하는데, 변호사시험의 적정 합격자 수를 둘러싼 논의에서 간과하여서는 안 될 몇 가지 점이 있다. 최근 법전협 측의 연구에서도 합격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충실한 교육을 통해 습득한 법률가로서의 기본적 소양 및 자질을 들었다고 한다(이 기준에 대한 응답이 교수들은 82%, 학생들은 54.7%).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수의 수요·공급, 소송사건 수 등 법조계의 현황을 합격자 수 논의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도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 입학전형, 교육체제, 교육내용 등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격자 수 논의에서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논거가 될 것이다. , 비법학사를 한 명의 법조인으로 양성하기에 3년이라는 교육기간은 여러모로 부족함에도 로스쿨이 전문적·첨단적 내용의 교육까지 하려는 너무 거창한 목적을 내세웠고, 결국에는 법률가 양성시스템이 어정쩡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법학도서관에 충분한 규모와 종류의 장서, 특히 일정 비율의 외국 장서 비율을 갖추도록 로스쿨 인가기준을 들었는데, 외국 도서 가운데 가격이 저렴하고, 그 필요성에서 의문이 드는 중국 법서만 잔뜩 갖추어 인가기준을 맞춘 로스쿨도 있었다고 한다. 연구자 교육이라면 모를까, 외국 장서를 갖추는 것이 로스쿨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현재도 계속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3개국 30종 이상의 학술 저널을 구독하여야 한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로스쿨 학생이 학습하다가 수시로 옆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법률자료, 문헌 등이 비치된 정보자료실이 아닌가. 그리고 중요한 기본법인 헌법, 민법, 형법 등에 여전히 한자가 섞여 있는데(법령 원문을 한글로 바꾸는 것은 중요한 법 개정이 된다), 한자를 읽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시자에 대한 배려에서 내년 변호사시험장에서부터 한글로 변환한 법전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요즈음 세대에 위 결정이 수긍되는 점은 없지 않지만, 그래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선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자 하면서 한자 때문에 법전을 읽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12년을 법학부 교수로, 로스쿨법 통과로부터 12여 년간 로스쿨 교수로, 도합 24년 법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데, 그 밖의 문제점, 개선될 점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으므로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가령 작년 말 공개된 한국법제원의 로스쿨제도 관련 개선점 국민 의견조사에서 응답자 기준으로 변호사 시험 기준 강화63.8%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실무능력 양성’(60.0%), ‘교육 수준 강화’(54.7%), ‘로스쿨 입학 기준 강화’(54.5%)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로스쿨생에게 변호사시험을 위한 로스쿨에서의 34년만을 생각하지 말고, 장래 조인으로 활약할 법조계에서의 3040년을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변호사시험 과목은 아니지만, 민사집행법과 도산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나름 인식하고 꽤 상당수가 수강하곤 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때문에 그 인과관계로 로스쿨 교육내용이 엉망이 된 것이 아님에도, 마치 합격자 수를 늘려야 로스쿨 교육이 파행되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것에 대하여 전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약간의 연관성은 있을 것이지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낮아서 로스쿨 교육이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시험이란 무릇 평가이고, 그나마 느슨하다면 시험과목인 기본법 실력조차 제대로 쌓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전문·특수과목의 교육이 필요하다면, 해당 과목 수강생에게 변호사시험 점수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가령 해당 과목 성적이 A이면 3, B이면 2, C이면 1점의 가산). 또한, 지금과 같이 해당 연도 응시자 전부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지 말고, 먼저 초()시험자를 대상으로 합격점수(또는 자격취득점수)를 결정한 뒤, 별도로 전년도 불합격자(‘N시생이라고 한다)초시생 대상의 위 합격점수를 통과하는 점수를 취득한 경우에 합격으로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N시생이 응시자에 누적되어 합격률이 낮아지는 것도 피할 수 있고, 초시생에서의 합격 수준을 보인 N시생의 수 만큼 합격자 수의 증가 및 과도기적으로 자격시험 비슷한 효과도 볼 수 있으며, N시생으로부터의 초시생을 따라갈 수 없다는 하소연과 억울함의 문제 제기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5회 불합격으로 인한 응시자격 박탈도 그 정도면 수긍할 것이다). 그리고 로스쿨 입학전형에서 사회적·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을 배려한 특별전형은 입학에서의 특별이 아니라, 3년간의 교육내용에서 배려가 되어야 하는데, 장학금 외에 3년간의 양성에서 제대로 특별전형입학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변호사시험의 합격자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감소하여야 한다는 대한변호사협회 측의 주장이 이번 당장은 소수의견이 되더라도, 로스쿨의 현황(가혹하게 말한다면 로스쿨의 민낯)을 잘 살피고,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나름의 의미 있는 논거를 갖추어, 앞으로 그 의견에 동조를 끌어내도록 하여야 한다. 변호사 수가 많아 포화상태이므로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변호사업계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직업적 이기주의라는 반박을 받게 된다. 대한변호사협회 소속의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는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소극적이어서는 안 되고, 로스쿨 스스로 개선의 노력을 실천하지 않으면 도태되도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꼼꼼히 살피는 실질적 평가를 하여야 한다.

 

가뜩이나 무엇인가 부족한 채 로스쿨생을 시집’, ‘장가보내는 로스쿨 교수의 심정에서, 곧 시작될 합격자 대상의 6개월 실무연수가 코로나19로 혹시 부실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집안 식구로 받아들여 합격자가 앞으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게끔 하드트레이닝을 시켜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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