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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과 조회수 2145 작성일 2015-11-03 오후 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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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단상 / 오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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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단상 / 오지용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위원

연구실 창밖으로 학생들의 종종걸음이 보인다.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바쁘
게 강의실을 찾아 옮기는 발걸음이다. 새벽까지 정독실에서 책과 씨름을 한 후 지친 몸을 이끌
고 다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로스쿨생의 고단함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훌
륭한 법조인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간직한 채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힘들
기에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취득하게 되는 변호사 자격이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자격일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선민의식에 가득 찬 변호사들로부터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한 법률서
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법조계의 공급 틀을 바꾸기 위한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커다란 명분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국민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많은 변호사들이
행정부에 진출하여 법치행정을 구현하고, 기업체에 진출하여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며, 법조
계에 진출하여 친절하고 따뜻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법률문화발전을 도모하
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로스쿨시대의 개막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변호사들 간의 기득권 다툼과 주도권 싸움만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고,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국민들은 따뜻하고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저렴
하게 제공받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지 로스쿨 교육을 통해 변호사를 양성할 것인지, 아니면 사
법시험을 통해 변호사를 선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높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작
금의 현실은 수요자에게 공급자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
니라 공급자들 간의 다툼과 이해득실에만 초점이 모아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쪽에서는 로스쿨은 돈스쿨이므로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없고,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는 로스쿨의 폐해 및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자질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사법시험제도를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사법시험제도가 고시낭인을 양산하고 대학교
육의 황폐화를 초래하였으며, 로스쿨이 특별전형제도를 통해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충분히 하
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왕의 사법시험제도는 예정된 수순에 따라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 있어 정의에 부합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유일한 제도를 찾아내는 것
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제도라면 어느 제도에 더 가치를 둘 것인
지의 가치판단의 문제만 남게 된다고 본다.

변호사의 배출통로는 단일해야 한다고 본다. 로스쿨제도를 통하거나 사법시험제도를 통하거
나를 불문하고 변호사의 배출통로는 단일해야 할 것이다. 만일 두 개의 통로로 변호사가 배출
될 경우 각 집단이익에 따른 갈등의 표면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로스쿨제
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로스쿨제도를 계속 유지하든, 아니면 다시 사법시험제도로 되돌아가
든, 변호사 배출통로는 일원화되어야 쓸데없는 집단갈등의 소지가 불식될 것인바, 문제는 어떤
제도가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다. 즉 법률 소비자
에게 보다 나은 제도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에 가치를 두고 어떤 통로의 배출이 나은 것인지
판단을 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점은 간과된 채 오로지 공급자 측면에서만 배출통로에 대해 왈
가왈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논의의 초점을 법률 소비자의 시각을 기초로 하여 한 데로 모
아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즉 로스쿨 도입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법률서비스의 수요자 입
장에서 과연 로스쿨제도가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사법시험제도가 더 나은 것인지 판단하여
더 나은 제도를 선택하는 것으로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 이는 양립해서는 안 되는 두 개
의 제도 중 더 낫다고 판단되는 제도를 선택하는 선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두 제도를 병존시켜 얻어지는 이익이 거의 없다면 공급자들 간의 갈
등과 분쟁을 불러올 수 있는 두 제도의 병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돌이켜보건대, 학생들에게 선민의식을 가진 법조인이 아니라 법률소비자를 고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법조인, 봉사하는 법조인이 되라고 누차 강조해 왔는데, 이는 내가 걷지 못한 길이
었기에 제자들이라도 그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제 법률소비자를 배제한 채 진
행되고 있는 작금의 이전투구식 논의는 접어두고 법률소비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 생산적인 논
의가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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