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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2452 작성일 2022-03-02 오전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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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는 시간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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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에는 시간과 지혜가 필요하다.

임 병 석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누구나 요즘 참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다. 가까이는 벌써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부터 멀리는 종족이나 종교 등으로 인한 전쟁 때문에 더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인류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감염병이기 때문에 그 대처가 어려웠고 그래서 두려움이 더 컸다. 다만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치명률이나 중증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해 어느덧 대유행의 터널 끝이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게 한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공약이 쏟아지는데, 그 중 유독 필자의 눈을 끄는 공약이 있다. 그 표현이나 내용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바로 사법시험의 부활이다.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2009선발에서 양성으로를 내세운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도입되고, 2017년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었다.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로 지적되었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절 속에 혼자 들어가 수험서를 달달 외우고 있는 고시낭인의 양산이었는데,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제도권 내에서 다양한 경험과 학문적 기초를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면 그 폐단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단행된 개혁으로 기억한다. 사법시험 제도와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각 장ㆍ단점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굳이 여기서 재론하고 싶지는 않다. 또 신사법시험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두 제도를 이해하고 그 개선책을 강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사법시험 제도이든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이든 개선책을 강구할 때에는 항상 그 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중심에 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제도는 법조인 선발이든 양성이든 그 제도에 의하여 편입된 법조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두 제도는 모두 본질적으로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조인으로부터 법률서비스를 받게 될 국민을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국민의 시각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그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등에 대하여 서로 지혜를 모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살펴보면, 벌써 13년 이상 시행된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법조인 양성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지에 대하여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저하로 법학전문 大學院오로지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법학전문 大 學院이 되어가고 있고, 따라서 오로지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 특히 대법원 판례 위주의 강의와 학습이 이루어져, 변호사시험 과목이 아니거나 또는 변호사시험 과목이더라도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인 경우에는 그 강의와 학습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변호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교수 또한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경험과 학문적 기초를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고자 했던 당초의 취지는 어느새 잊혀지고 오로지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마치 고등학교 수업이 파행을 겪는 원인이 수학능력시험에 귀결되는 양상과 마찬가지이다.

이제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실시된 지 14년차가 되었다. 제도 시행 초기의 어수선함을 지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부분도 있고, 그 폐해가 하나 둘 보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의 이벤트성 공약으로 검토하는 것보다는, 국민을 위한 양질의 법조인 선발과 양성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중심에 놓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가다 보면, 서서히 이에 부합하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마치 처음에는 매우 낯설고 두려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어느새 ‘WITH CORONA’에 대한 희망을 가질 정도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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