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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1256 작성일 2022-12-01 오전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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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국제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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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국제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김 인 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무역이 증가하면서 국제거래가 일상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이제는 국제거래가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다. 국제거래의 대상인 자산이 디지털화되고 거래과정이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국제거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도 디지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광범위하게 다양한 측면에서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화의 과정에서 그 기준 규범을 설정하는 절차에 참여하여 기준 규범의 정립에 기여하고 또한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미 설정된 규범을 도입하여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규범이 갖는 의미를 오해 없이 이해하여 우리나라에 바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제거래의 당사자 간에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는 것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국제거래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법정지를 미리 결정해둠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 간의 협상력이 비슷하고 당사자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법정지를 고집하는 경우에는 국제재판관할합의 없이 거래에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방 당사자가 협상력에서 우위에 서나 자신에게 유리한 법정지를 제시함으로써 상대방의 우려를 야기하여 거래를 무산시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애당초 국제재판관할합의에 나서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당사자 간의 타협의 결과로 또는 일방 당사자의 우월한 지위로 인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국제거래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인터넷 등을 통하여 온라인으로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에 관하여 판례는 (i) 당해 사건이 배제된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여야 하고, (ii) 지정된 법원이 그 법정지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며, (iii) 당해 사건이 합의된 관할법원에 대하여 합리적 관련성을 가져야 하고, (iv)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관할합의는 유효하다고 판시하여 왔다.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 세 번째의 합리적 관련성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하여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국제무역의 주요 참여국들은 이를 요구하지 않으며 이 요건을 요구하여 국제재판관할합의가 무효라고 보는 경우 당사자의 예견가능성을 훼손하고 재판의 승인 및 집행의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결국 국제거래의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올해 7월 시행된 개정 국제사법은 국제재판관할합의에 관하여 새로운 규율을 하고 있어 매우 반가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개정 국제사법은 국제재판관할합의에 관하여 판례가 요구하여 왔던 합리적 관련성의 요건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있다. 국제재판관할합의에 대한 통제는 공서위반 여부로 규율하면 국제거래질서에 대한 영향을 신중히할 수 있게 되어 바람직하다. 또한 개정 국제사법은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은 합의로 지정된 국가의 법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그 준거법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기존 판례의 국제재판관할합의에 관한 법리에 의하여 야기되었던 문제점을 회피하고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의 판단도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어 국제재판관할합의 자체에 관한 불명확한 점이 해소되어 당사자가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통하여 얻으려고 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하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협상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국제거래의 당사자 간 또는 협상력의 차이는 있으나 기업 간의 국제거래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하여 국제재판관할합의를 규율하면 크게 불합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의 일방 당사자가 소비자와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라면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거래가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전자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국제적으로 영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상대방인 소비자의 이익 보호가 요구된다. 개정 국제사법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쟁이 발생한 후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거나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관할을 부여하는 국제재판관할합의만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나아가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의하여 또는 국제적 강행규정에 의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타당하고 필요하다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통하여 당사자가 추구한 예견가능성의 제고를 통한 국제거래의 증진이라는 이익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재판관할합의에 대한 규율에 있어서 국제거래의 증진이라는 측면과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 보호라는 측면을 조화롭게 도모하는 경계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개정 국제사법의 입법을 통하여 기존 판례의 문제점을 회피할 수 있게 된 이제 향후 판례가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을 새로이 정립된 기준에 비추어 판단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합리적인 경계를 설정하여 국제거래의 안정성을 증진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도 보호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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