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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보팀 조회수 1825 작성일 2022-06-02 오전 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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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이라는 유령, ‘검찰개혁’이라는 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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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이라는 유령, ‘검찰개혁이라는 허깨비

정 승 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검수완박이라는 유령이다. 이 유령 때문에 사람들은 허깨비를 본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허깨비착각이 일어나 없는데 있는 것처럼, 또는 다른 것처럼 보이는 물체를 말한다. ‘검수완박의 법률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이를 공포한 자들도 허깨비를 보고 있고, 그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허깨비를 보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허깨비이다.

그동안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개혁과 검수완박이 필요하다고 한다. 허깨비 논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하기 짝이 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경찰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준다는 것인가? 검찰개혁이라는 허깨비의 실상은 검찰응징과 경찰 숙원사업의 해결일 뿐이다. 노무현과 한명숙, 그리고 감히 조국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보복 감정에 이성을 상실한 민주당은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가 어찌 되든 검찰을 응징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고, 황운하를 중심으로 하는 경찰 쇼비니스트들은 형사사법의 본질이 무엇이든 경찰의 권한 확대가 지상 과제일 뿐이다. 이 둘의 유착 또는 부적절한 결합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수사·기소분리수사구조의 선진화라는 말들도 모두 허깨비일 뿐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수사구조의 선진화라고 하면서 그 대상을 유독 검찰에만 한정하여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와 기소 권한을 함께 행사하고, 경찰은 수사권의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절반의 기소권이라 할 수 있는 불송치권도 확보했다. 심지어 고발인은 경찰의 수사에 이의제기도 못하게 했다. 실상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아니라 단절이다. 기소하는 검사는 수사에 손도 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선진적 수사구조라고 주장하는 데 이르러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검사는 검찰 제도 창설 이전의 영국이나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 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소추와 심판의 분리라는 탄핵주의의 연장선에서 바람직한 방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법원의 권한에서 소추 기능을 분리했다 해서 법원이 수사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각종 영장을 통제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관여한다. 그런데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허깨비를 내세우면서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전혀 통제하지 말라고 한다. 2021년부터 시행된 수사권조정 개정법률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한 것이 결정적 문제이다. 그때에도 언필칭 검사와 경찰의 견제와 협력이라는 허깨비를 내세웠지만, 검사가 경찰의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견제와 협력이 가능하단 말인가?

검사의 직접수사는 최대한 제한해야 하지만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은 다시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수사가 사법절차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이 아닌 경찰이 수사의 처음과 끝을 오롯이 관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검사가 준사법기관이라는 점을 인정한 이유는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사법적 성격을 갖는 것도 있고, 본래 사법절차의 일부였던 수사를 주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수완박이니 수사권분리니 하는 허깨비를 내세운 법안들은 이제 수사를 사법적 영역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그 의미와 결과를 알고 밀어붙인 법안인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형사법을 전공해서 이 어처구니없는 법안과 제도를 설명해야 하는 곤경에 처했는지 모르겠다. 형사소송법 과목에서 수사 단계를 모조리 들어내고 공소제기 이후에 대해서만 강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차제에 수사에 관한 부분은 경찰행정법의 내용으로 강의하고, 수사에 관련된 규정을 모조리 형사소송법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으로 옮기는 것이 어떨까? 17명 같은 167명인데 뭔들 못하겠는가? 법체계나 법리 같은 것들이야 어차피 정치적 결정 앞에 무의미한 것들 아닌가? 경찰들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구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니 수사를 경찰행정작용으로 변경하는 일에 적극 찬성하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은 시체 조각을 이어붙이는 괴이한 방법으로 인조인간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상적 인간을 만들겠다는 야심과 달리 거대하고 추한 괴물이 태어나자 공포에 사로잡혀 괴물을 버리고 도망쳤다. 결국 괴물에게 가족과 친구들을 살해당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없애려 하였지만 끝내 실패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이상적 인간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감당 못할 괴물을 만들어놓은 이 땅의 프랑켄슈타인들아,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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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6 호 | 발행일 2022년 06월 01일
프랑스 행정소송법전상의 조정제도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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